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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스포라 한인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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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임경진 작성일20-03-31 13:58 조회35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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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아스포라(diaspora)'는 원래 고향 땅 팔레스타인에서 쫓겨나 세계를 떠도는 유태인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요즘은 타의(他意)로 대대로 살아온 공동체에서 밀려나 꿈속에서나 고향길을 더듬는 고단한 신세들을 일컫기도 한다. 우리의 탈북 동포, 재일 동포, 나라를 잃은 시절 중앙 아시아를 헤매다 그곳에 둥지를 튼 구(舊)소련의 카레이스키들이나 과거 유태인과 처지가 뒤바뀐 현재의 팔레스타인 난민 같은 경우다. 그들은 고향 바깥을 떠돌며 항상 '내가 왜 여기 있어야 하는지'를 되묻는다. 어느 재일(在日)동포는 어린 시절 일본 아이들에게 '조센진(朝鮮人)은 조선으로 돌아가라'는 놀림을 받는 순간 '나는 왜 여기 와 있는 걸까'라는 의문이 벼락 치듯 머리를 때리더라고 했다. '내가 왜 여기 있는지'를 알려면 '나는 누구인가'라는 더 무겁고 근원적인 질문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러나 그곳에도 답(答)은 없다.
  이 바윗돌처럼 무거운 질문을 들어올리면서 생각이 깊어지고 넓어지기에 유태인 가운데 걸출(傑出)한 사상가나 철학자가 나온다는 말도 있긴 하다. 그러나 참으로 팍팍한 인생이고 희망도 평화도 이런 인생을 비켜간다. 그들은 새 뿌리를 내리려는 곳에서도 늘 '당신이 누군데 여긴 왜 왔어'라고 묻는 눈길과 부딪히며 살아가야 한다. 견디고 견디다 낭떠러지에서 뛰어내리듯 고향길을 더듬었다가 차갑던 예전 그 눈길과 마주치는 순간 통째로 무너지고 만다.
  우리는 600여만명에 이르는 재외(在外)동포들이 1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낯선 땅을 떠돌며 겪었던 온갖 신고(辛苦)를 보고 들어왔다. 더구나 우리는 머지않아 2500만 북한 동포를 가슴에 품어야 하는 형편이기도 하다.

  그런데 한국에 만연해 있는 지역주의는 무슨 괴물인가? 디아스포라 한인사회에 지역주의는 더욱 금물이다. 한인들은 뭉쳐야 한다. 마음속 지역의 울타리를 허무는 일은 다가올 통일 시대를 대비하는 마음 연습이기도 하다. 만약 우리가 지역 울타리에 갇혀 잠겨 있던 '융합의 에너지'를 세상에 한껏 풀어놓을 수만 있다면 대한민국은 세계 속에 다시 떨치고 일어설 정신적 동력(動力)을 새로 얻게 되는 거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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