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턴닝포인트 파란 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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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임경진 작성일20-03-31 17:01 조회49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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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인생의 턴닝 포인트 파란 성경 >

 

파란 성경, 나의 학창 시절에 학생들이 가장 많이 들고 다니던 성경이다. 바로 기드온협회에서 발행한 파란 성경, 바로 그 파란 성경이 내 인생에 가장 중요한 턴닝 포인트가 될 줄이야... 개나리 피고 벚꽃이 한창인 30여년 전으로 거슬러 간다.

30여년 전 고등학교 1학년 그때의 나는 사춘기, 질풍노도의 시기가 절정인 때였다. 술과 담배, 떼지어 어울려 다니기, 일진회 등 친구들과 아무 이유없이 어울려 다니고 싸움하기 좋아하고 기존 권위에 반항하면서 우리 식으로 멋부리고 놀기 좋아하던 바로 그 시기였다.

그런 나에게 하나의 시련이 찾아왔는데 친구들과 즐기고 놀다가 그만 친구와 무릎이 부딪혀 왼쪽 무릎 뼈가 부러진 것이다. 제대로 응급처치도 하지 않고 친구들의 부축을 받고 찾아간 대구적십자병원 응급실에서 부러지고 탈골된 다리를 마취도 없이 맞추었다. 그리곤 3달을 기부스하여 꼼짝도 못하고 발가락만 움직이여 한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당시 부모님이 모두 장사를 하며 바빴고 형들도 군대에 가 있던 터라 아무도 나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나는 상가 2층 다락방 같은데 던져져 마치 돼지가 사육되듯이 아침에 세 끼를 갖다놓으면 알아서 먹고 대소변을 적당히 처리하면 저녁에 부모님이 번갈아가며 밥그릇과 받아논 대소변을 처리하는 그런 일상이 되풀이 되었다.

상가 2층방에선 티브하나 없었다. 꼼짝도 하지 못하고 발가락만 움직이는 무료한 일상이 되풀이 되었다. 시간이 가면 갈 수록 심한 외로움과 앞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인생의 무기력증에 시달려야 했다. 바로 그 때 책꽂이에 꾲혀 있는 장식용 책들이 나의 눈에 들어왔다. 지금껏 수없이 드나들면서 무심코 보아온 바로 세계문학전집 같은 장식용 책들이었다. 너무 심심해서 그 책들이나 읽어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지루하고 재미없던 세계문학전집 그런데 읽고나니 인생을 반추할 만한 그런 것들이 환등기처럼 쭉 펼쳐졌다. 톨스토이 토예스프스키 세익스피어 이런 사람들이 저 멀리 있는 사람이 아니고 내 가까이에 앉아서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당시 이과였던 내가 후에 국문학과를 지망한 동기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그 책들을 꺼내다가 우연히 그 사이에 낀 파란 성경이 툭 떨어졌다. 바로 기드은협회에서 발행한 신약성경이었다. 당시 우리 집안에는 기독교인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그 성경이 왜 책장에 있었을까? 나중에 안 일이지만 형이 미션학교(대구계성중학교)에 다녔는데 학교 문 앞에서 습득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성경은 읽기가 싫었다. 어떤 삶이 강요될까 싶은 막연한 두려움과 거부감이었다. 하지만 세계문학전집도 이미 다 읽었고 뭔가를 계속 읽지 않고는 미칠 것 같은 독서욕, 인생을 이번 기회에 탐구해 봐야 겠다는 내적인 갈증이 올라와 그 파란 책을 열어보기로 했다.

그러나 첫 장을 열자마자 덮었다. ‘누가 누구를 낳고 누가 누구를 낳고...’ 이건 뭐 산부인과 의사 진단서 기록도 아니고 애기 낳는 이야기가 장구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이런 재미없는 것을 어떻게 다 읽어... 그런데 이미 집에 있는 책은 다 읽기로 스스로 약속했기 때문에 눈 딱 감고(?) 읽었다. 12일 되니까 파란 성경이 다 읽어졌다. 그런데 뭐랄까 뭔가 망치로 한 대 맞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눈에 붙어있던 부침개 같은 것이 뚝 떨어지는 느낌이 다. 그리고는 눈시울이 붉혀지고 눈물이 쪼르륵 흘렀다. 니이체나 까뮈 같은 사람들이 싸늘한 눈빛으로 아니면 꾸짖는 손을 나에게 들었다면 이번에는 누군가가 따뜻하게 나를 보다듬고 나에게 윙크하며 나의 다리를 주무르며 힘을 주는 그런 존재감, 그런 느낌이었다. 그 분은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이었다. 나의 삶과 관계없이 이미 살아계셨던 하나님이셨다.

나는 그렇게 해서 하나님을 만났고 기부스를 푼 뒤 내 스스로 목발을 짚고 가까운 교회에 찾아갔다. 그 교회가 바로 신사참배를 거부하여 옥중에 간 성도들이 세운 고려파교회였다.(이후 문학도로, 기독학생운동가로, 통일운동가로, 목사로, 선교사로, 역사학자로의 삶이 시작된다)

내 삶의 가장 큰 턴닝 포인트인 파란 성경, 기드온협회의 그 성경, 영원히 잊을 수 없다. 그 파란 색 성경이 아니었다면 내 인생은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 집 책장에 우연히 꽂혀 있던 그 파란 성경, 나중에 목사가 되고 보니 그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네 속에 착한 일을 시작하신 이가 그리스도의 날까지 이루실 줄을 확신하노라”(빌1:6)

하나님이 때가 되어 내 속, 내 인생에 개입하여 착한 일을 시작하신 것이다. 파란 색의 성경, 그 성경을 배급하는 기드온협회, 이 지면을 빌어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내 인생의 가장 큰 전환점을 준 파란 성경의 기드온협회에 이 정도 밖에 감사를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죄송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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