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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의 운동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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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임경진 작성일20-03-31 16:00 조회45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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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동안 목발에만 의지해야 했던 아버지가 힘든 걸음마를 연습하기 시작했던 건 맏이인 내가 결혼 이야기를 꺼낼 즈음이었다. 사람들의 만류도 뿌리치고 의족을 끼우시더니 그날부터 줄곧 앞마당에 나가 걷는 연습을 하셨다. 땀으로 범벅이 된 아버지는 하루에도 몇 번씩 땅바닥에 넘어지곤 하셨다. 엄마랑 내가 아무리 모시고 들어가려고 해도 "얘야, 그래도 니 결혼식 날 이 애비가 니 손이라도 잡고 들어가려면 다른 건 몰라도 걸을 순 있어야재..." 하곤 말씀하셨다.


나는 큰아버지나 삼촌이 그 일을 대신해 주기를 은근히 바랐었다. 창재 씨에게, 그리고 그의 부모님과 친척들, 친구들에게도 의족을 끼고 절룩거리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이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난 조금씩 두려워졌다. 정작 결혼식 날 아버지가 넘어지지나 않을까, 신랑 측 사람들이 수근거리지나 않을까... 한숨 속에 결혼식 날이 다가왔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제일 먼저 현관에 하얀 운동화가 눈에 띄었다. "누구이 신발일까?" 결혼식장에서 만난 아버지는 걱정했던 대로 아침에 현관에 놓여있던 하얀 운동화를 신고 계셨다. 난 가슴이 뜨끔했다. '아무리 힘이 든다 해도 잠깐인데 구두를 신지 않으시구선...' 당신의 힘이 모자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떠나는 내게 힘을 내라는 뜻인지 아버진 내 손을 꼬옥 잡았다. 하객들의 웅성거림 속에서 절룩절룩 걸어야 했던 그 길이 아버지에게는 얼마나 멀고 고통스러웠을까. 진땀을 흘리시며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그 후에도 난, 내 손을 잡고 아버지가 마악 걸음을 떼어 놓는 장면이 담긴 결혼사진을 절대로 펴 보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전, 아버지가 위독해 병원으로 달려갔을 때, 아버지는 여느 때처럼 내 손을 꼬옥 잡고 천천히 말을 이으셨다.


"아가야, 너 이 남편에게 잘 하거라. 니가 결혼을 한다고 했을 때, 사실 난 네 손을 잡고 식장으로 걸어 들어갈 자신이 없었단다. 그런데 니 남편이 매일같이 날 찾아와 용기를 주었고 걸음 연습도 도와주더구나. 결혼식 전날엔 행여 내가 넘어질까 봐 푹신한 고무가 대어진 하얀 운동화도 사다주고, 조심해서 천천히 걸어야 한다고 얼마나 당부를 하던지... 난 그때 알았다. 니가 좋은 사람을 만났다고. 참 좋은 사람을 만났다고..."

 

허물어져 가는 요즈음의 가정들을 보면서 가정들이 회복되기 위해 온 가족들이 함께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마른 떡 한 조각만으로도 화목한 가정이 될 수 있습니다. (남산편지에서)


"마른 떡 한 조각만 있고도 화목하는 것이 육선이 집에 가득하고 다투는 것보다 나으니라" [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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