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이 시대의 아버지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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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임경진 작성일20-03-31 15:42 조회1,38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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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전 13세의 중학생 1학년이 한밤중에 자신의 아파트에 불을 질러 잠자고 있던 할머니와 아버지, 엄마, 여동생을 모두 숨지게 했다. 소년은 아버지 만을 죽이고 싶었지만 결과적으로 모두가 죽게 되었다고 했다. 충격적인 사실은 이것이 우발적이 아니라 치밀한 계획 속에 저질러 졌다는 것이다. 사건의 동기는, 춤과 사진에 관심이 많아 예고교에 가고 싶은데 판검사가 되라고 강요하는 아버지, 자신을 무시고 걸핏하면 "공부나 하라"고 골프채로 찌르고 뺨을 때리는 아버지에 대한 적개심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사건에 대한 보도 태도이다. 아이의 행위를 정당하다고 지지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 아버지는 이미 아이를 살해한 간접 살인자라는 식의 여론몰이이다. 물론 잘못된 인성의 책임은 아버지이다. 반은 아버지의 몫이다. 그러나 온 가족을 계획적으로 불을 질러 죽이게 한 아이의 행위를 어찌 정당화할 수 있으랴. 그럼에도 부모의 가정교육을 탓한 글들, 글쓰기 좋아하고 입대기 좋아하는 교육 관련자들의 칼럼은 보다못해 역겹기까지 했다.
지난달 26일 MBC TV <일요일 일요일 밤에- 오늘을 즐겨라>에 소개돼 화제가 된 어느 초등학교 2학년의 <아빠는 왜?>라는 시에 보면, '엄마가 있어서 좋다 나를 이뻐해 주어서/ 냉장고가 있어 좋다 나에게 먹을 것을 주어서/ 강아지가 있어 좋다 나랑 놀아주어서/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아빠가 냉장고나 강아지만도 못한 존재가 됐다. 대한민국 아버지의 슬픈 초상이다. 억울하다. 냉장고와 먹을 것, 귀여운 강아지가 다 어디서 나왔는데...(한국일보 이대현 논설위원)
이 시대의 아버지! 동네 북처럼 직장에서 사회에서 두들겨 맞고 가정에서도 두들겨 맞는 불쌍한 우리 시대의 아버지! 정말 ‘아버지노릇’에 대하여 사표를 쓰고 싶은 것이 이 시대의 아버지일 것이다. 물론 인성교육의 책임은 1차적으로 아버지에게 있다고 치자. 하지만 사회에 내둘러 다니는 아버지에게 가장역할론까지 지나치게 지우는 것은 불공평하다. 필자도 동일한 아버지이기 때문에 팔이 안으로 굽는 것인지 모르지만, 전쟁터에 나간 아버지 군인에게 독립운동에 나간 아버지 투사에게 자상한 아버지 역할까지 지울 수는 없지 않는가? 물론 지금이 전시도 아니고 식민지시대도 아니지만 그만큼 힘든 시대가 아닌가? 물론 최선을 다하여 가정을 돌아봐야 하는 아버지의 의무, 자식의 인성을 책임져야 할 아버지의 역할에 대해 부정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기본적인 인성, 9년 동안 다닌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는 다 무엇이란 말인가? 수없이 보낸 엄마와의 시간은 그럼 아버지에 대해 적개심을 가지게 한 시간이란 말인가?
아버지의 ‘가정역할론’을 쓰려다가 거꾸로 ‘아버지동정론’이 되어 버렸다. 불쌍한 이 시대의 아버지! 독재자, 폭력자, 정신과 가정 평화의 파괴자라 여김 받아 화마에 죽어간 그 아버지에 대해 조금이나마 위로하고 싶은 마음 때문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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